몇 달 전의 일입니다. 지방에 있는 지인께서 황급히 SOS를 보내셨습니다.
“아는 분이 음주운전으로 단속되었다. 혈중알콜농도 측정 수치가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다. 그런데 이분이 공무원은 아니지만, 다니는 회사에서 음주운전에 대해 엄격히 징계한다. 따라서 정식으로 기소되어 처벌을 받게 되면 신분 자체가 보장이 안 될 수도 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당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경찰 조사까지 마친 상태였지요. 그런데 왜 저를 또 만나자고 하신 것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사실은 그 변호사님이 기소유예를 받아주겠다. 안되면 선고유예를 꼭 받아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주변에 물어보니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는 어려운 것 같으니 다시 알아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얘기를 듣자마자 헛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검사 생활을 20년 넘게 해봤지만 선생님과 같은 측정 수치가 나온 경우에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은 사례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경험과 대법원 양형 기준상으로 보면 기소유예는커녕 정식으로 기소될 수도 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당사자에게는 절망적인 말이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헛된 희망을 줄 수도 없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눈빛으로 그분이 다시 물었습니다.
“혹시 방법이 없을까요? 방법만 있다면 제가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습니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제가 지금 여기 있겠습니까. 벌써 떼돈을 벌었겠지요.”
그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피눈물과 후회, 절망이 가득하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약과입니다. 설명을 다 드린 다음 제가 호기심에 선임 경위를 물었지요. 그러자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는 변호사도 없고 지방이라 알려지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포털에 검색을 해보니 여러 법인 이름이 뜨더라. 그중에 변호사도 많고, 성공 사례도 많이 올려져 있는 곳에 전화를 했다. 그러자 상담하는 분이 호언장담을 하면서 ○○만 원을 달라고 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불가능한 사건 처리 결과를 제시하면서 보수 규모가 너무 컸기 때문이지요. 보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사기죄가 인정될 만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만일 제가 검사일 때에 이런 사건이 배당되어 왔다면 기소 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지요. 주변에 있는 다른 변호사들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사실 의뢰인은 사건을 쉬쉬하고 싶은 입장이라 변호사협회에 진정서를 내지도 못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사정까지도 알아챈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법률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앞서 든 사례와 같은 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의뢰인들을 현혹해 수임을 하면 그뿐,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 경우들이지요. 물론 제 주위에 있는 선량한 변호사님들에게서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사례이기는 합니다.
저와 상담했던 분이 정식으로 기소되어 집행유예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평생 법조 전체를 욕하고 원망하지 않을까요.
변호사가 공익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먼저 직업이기도 하고 호구지책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을 넘는 순간 변호사도 예외 없이 법률이 보호하는 장벽 밖에 위치하게 되지요. 저도 어느 순간 분명히 수임의 유혹에 흔들릴 것입니다. 그때 저의 자세가 어떠해야 할지 생각하게 해주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2025. 1. 16.자 법률신문
몇 달 전의 일입니다. 지방에 있는 지인께서 황급히 SOS를 보내셨습니다.
“아는 분이 음주운전으로 단속되었다. 혈중알콜농도 측정 수치가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다. 그런데 이분이 공무원은 아니지만, 다니는 회사에서 음주운전에 대해 엄격히 징계한다. 따라서 정식으로 기소되어 처벌을 받게 되면 신분 자체가 보장이 안 될 수도 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당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경찰 조사까지 마친 상태였지요. 그런데 왜 저를 또 만나자고 하신 것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사실은 그 변호사님이 기소유예를 받아주겠다. 안되면 선고유예를 꼭 받아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주변에 물어보니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는 어려운 것 같으니 다시 알아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얘기를 듣자마자 헛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검사 생활을 20년 넘게 해봤지만 선생님과 같은 측정 수치가 나온 경우에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은 사례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경험과 대법원 양형 기준상으로 보면 기소유예는커녕 정식으로 기소될 수도 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당사자에게는 절망적인 말이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헛된 희망을 줄 수도 없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눈빛으로 그분이 다시 물었습니다.
“혹시 방법이 없을까요? 방법만 있다면 제가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습니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제가 지금 여기 있겠습니까. 벌써 떼돈을 벌었겠지요.”
그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피눈물과 후회, 절망이 가득하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약과입니다. 설명을 다 드린 다음 제가 호기심에 선임 경위를 물었지요. 그러자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는 변호사도 없고 지방이라 알려지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포털에 검색을 해보니 여러 법인 이름이 뜨더라. 그중에 변호사도 많고, 성공 사례도 많이 올려져 있는 곳에 전화를 했다. 그러자 상담하는 분이 호언장담을 하면서 ○○만 원을 달라고 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불가능한 사건 처리 결과를 제시하면서 보수 규모가 너무 컸기 때문이지요. 보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사기죄가 인정될 만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만일 제가 검사일 때에 이런 사건이 배당되어 왔다면 기소 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지요. 주변에 있는 다른 변호사들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사실 의뢰인은 사건을 쉬쉬하고 싶은 입장이라 변호사협회에 진정서를 내지도 못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사정까지도 알아챈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법률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앞서 든 사례와 같은 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의뢰인들을 현혹해 수임을 하면 그뿐,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 경우들이지요. 물론 제 주위에 있는 선량한 변호사님들에게서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사례이기는 합니다.
저와 상담했던 분이 정식으로 기소되어 집행유예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평생 법조 전체를 욕하고 원망하지 않을까요.
변호사가 공익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먼저 직업이기도 하고 호구지책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을 넘는 순간 변호사도 예외 없이 법률이 보호하는 장벽 밖에 위치하게 되지요. 저도 어느 순간 분명히 수임의 유혹에 흔들릴 것입니다. 그때 저의 자세가 어떠해야 할지 생각하게 해주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2025. 1. 16.자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