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척사(衛正斥邪). 바른 것은 지키고 간사한 것은 물리친다는 뜻이지요. 우리에게는 개항의 파도가 거세던 19세기 중후반, 광풍에 휘둘리던 가여운 조선을 위태롭게 지키던 사상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미 생명을 다해 저물어가는 조선을 지키려는 애국사상의 하나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권을 지키고자 하는 정파의 욕망도 있어 보입 니다.
‘(문호를 개방하는) 조약을 맺게 되면 남인들이 대궐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 권력이 바뀌어 서인들은 몰락하게 될 것이다. 나라가 있고 없고는 오히려 작은 일이다.’
척사파의 거두인 김평묵이 내세웠던 쇄국의 명분입니다. 제게는 나라의 안위보다는 자신이 속한 서인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저의 해석이 잘못된 해석인가요.
12월 3일 대통령의 ‘여섯 시간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뜨는 언론사의 홈페이지에는 실시간으로 각종 속보와 단독이 난무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일방적 주장이 여과 없이 중계되기도 하지요.
경찰, 검찰, 고위공직자수사처, 군검찰, 군사경찰 등 수사기관들은 내란죄를 수사하겠다며 앞다투어 관련자들을 소환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압수수색에도 열을 올리고 있지요. 덕분에 중복된 소환과 압수수색으로 인한 혼란도 있습니다. 증거가 여기저기 수사기관 별로 분산되어 있어 수사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기관별로 수사를 할 수 있는 대상자들도 달라 법률가인 저조차도 헛갈릴 지경이지요. 국회에서는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혼란 상황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사정은 정치권도 마찬가지입니다. 탄핵을 두고 정치권이 서로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국민들은 광화문과 여의도로 나뉘어 추운 겨울바람을 맞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다음 정권의 향방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는 셈법도 있어 보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불확실성으로 뒤덮혀 곳곳에서 아우성입니다. 외국과 무역을 하는 분들은 경제도 경제지만 창피해 죽겠다고 한탄하기도 하지요. 어려운 국민들을 돌보아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대중들은 정치인들이 일을 잘한다거나 정직하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대중들의 분노가 나쁜 사람들에게 권력을 쥐어줄 수는 있어도 오래 권좌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새롭게 나쁜 정치인이 된 사실을 깨달은 대중들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된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폴 크루그먼 뉴욕시티 대학원 교수가 최근 뉴욕타임스에 쓴 마지막 칼럼의 일부입니다. 혼란을 틈타 일시적으로 권좌에 오를 수도 있지만, 곧 대중이 실체를 깨닫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의 우리 정치인들이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태도이기도 하지요. 반대편을 향했던 대중의 칼날이 언젠가는 자신들을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2024년 12월의 대한민국을 대혼란에 빠트린 사안의 진상을 밝혀 정의를 세우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단 한 분도 안계실 것이라고 감히 자신해 봅니다. 부디 사태의 수습을 맡은 수사기관들이나 정치인들이 기관이나 정파의 이해 관계, 정권의 안위 대신 대한민국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삼아주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2024. 12. 16.자 법률신문
위정척사(衛正斥邪). 바른 것은 지키고 간사한 것은 물리친다는 뜻이지요. 우리에게는 개항의 파도가 거세던 19세기 중후반, 광풍에 휘둘리던 가여운 조선을 위태롭게 지키던 사상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미 생명을 다해 저물어가는 조선을 지키려는 애국사상의 하나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권을 지키고자 하는 정파의 욕망도 있어 보입 니다.
‘(문호를 개방하는) 조약을 맺게 되면 남인들이 대궐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 권력이 바뀌어 서인들은 몰락하게 될 것이다. 나라가 있고 없고는 오히려 작은 일이다.’
척사파의 거두인 김평묵이 내세웠던 쇄국의 명분입니다. 제게는 나라의 안위보다는 자신이 속한 서인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저의 해석이 잘못된 해석인가요.
12월 3일 대통령의 ‘여섯 시간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뜨는 언론사의 홈페이지에는 실시간으로 각종 속보와 단독이 난무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일방적 주장이 여과 없이 중계되기도 하지요.
경찰, 검찰, 고위공직자수사처, 군검찰, 군사경찰 등 수사기관들은 내란죄를 수사하겠다며 앞다투어 관련자들을 소환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압수수색에도 열을 올리고 있지요. 덕분에 중복된 소환과 압수수색으로 인한 혼란도 있습니다. 증거가 여기저기 수사기관 별로 분산되어 있어 수사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기관별로 수사를 할 수 있는 대상자들도 달라 법률가인 저조차도 헛갈릴 지경이지요. 국회에서는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혼란 상황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사정은 정치권도 마찬가지입니다. 탄핵을 두고 정치권이 서로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국민들은 광화문과 여의도로 나뉘어 추운 겨울바람을 맞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다음 정권의 향방에 대한 유불리를 따지는 셈법도 있어 보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불확실성으로 뒤덮혀 곳곳에서 아우성입니다. 외국과 무역을 하는 분들은 경제도 경제지만 창피해 죽겠다고 한탄하기도 하지요. 어려운 국민들을 돌보아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대중들은 정치인들이 일을 잘한다거나 정직하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대중들의 분노가 나쁜 사람들에게 권력을 쥐어줄 수는 있어도 오래 권좌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새롭게 나쁜 정치인이 된 사실을 깨달은 대중들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된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폴 크루그먼 뉴욕시티 대학원 교수가 최근 뉴욕타임스에 쓴 마지막 칼럼의 일부입니다. 혼란을 틈타 일시적으로 권좌에 오를 수도 있지만, 곧 대중이 실체를 깨닫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의 우리 정치인들이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태도이기도 하지요. 반대편을 향했던 대중의 칼날이 언젠가는 자신들을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2024년 12월의 대한민국을 대혼란에 빠트린 사안의 진상을 밝혀 정의를 세우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단 한 분도 안계실 것이라고 감히 자신해 봅니다. 부디 사태의 수습을 맡은 수사기관들이나 정치인들이 기관이나 정파의 이해 관계, 정권의 안위 대신 대한민국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삼아주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2024. 12. 16.자 법률신문